넷플릭스 불량연애, 이건 사랑일까 욕망일까?
요즘 넷플릭스만 켜면 다들 ‘불량연애’ 얘기밖에 안 하더라고요. ㅎㅎ 일본판 나는 솔로 매운맛이다, 연애 예능에 시큐리티가 웬 말이냐 등등 하도 시끄러워서 저도 궁금해서 한번 틀어봤습니다. 근데 와… 이걸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요. 분명 ‘진짜 사랑을 찾는 과정’이라고 소개하는데, 제 눈에는 사랑이 아니라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욕망의 민낯’을 보는 느낌이었어요. 솔직히 연애 예능 보면서 이렇게까지 심장이 쫄깃해지고 불편한 감정이 든 건 처음이라, 오늘은 이 충격적인 프로그램에 대한 제 생각을 좀 풀어볼까 합니다.
첫 화 5분 만에 난투극? 이게 연애 예능 맞나요?
보통 연애 예능 첫 화는 어색한 첫 만남, 설레는 자기소개 이런 거 국룰 아니었나요? 근데 ‘불량연애’는 시작부터 클라스가 다릅니다. 방송 시작 5분 만에 남자 출연자 둘이 눈 마주쳤다는 이유로 시비가 붙어요. “뭘 쳐다봐” 이 한마디에 바로 험악한 분위기가 되더니 멱살 잡기 일보 직전까지 가더라고요. 진짜 황당했던 건, 그때 갑자기 검은 옷 입은 시큐리티 요원들이 뛰어 들어와서 둘을 떼어놓는 장면이 그대로 방송에 나온다는 거였어요. ㅋㅋㅋ 아니 연애하러 온 사람들 관찰하는 프로그램에 경호원이 상주한다니, 이게 말이 되나요?
근데 더 웃긴 건 뭔지 아세요? 그렇게 죽일 듯이 싸우던 두 사람이 얼마 안 가서 갑자기 화해하면서 “앉으라고, 사랑하러 왔잖아!”라고 소리치는 장면이에요. 이 장면에서 딱 감이 왔죠. 아, 이건 우리가 알던 그런 달달하고 몽글몽글한 연애 프로그램이 아니구나. 이성적인 감정보다 본능적인 서열 싸움이 먼저고, 사랑을 탐색하기 전에 힘의 우위를 확인하려는 욕망이 모든 걸 지배하는 곳이구나 하고요.
출연진 라인업: 평범함이라곤 1도 없는 캐릭터 열전
이 프로그램이 왜 ‘욕망 서바이벌’처럼 느껴지는지 알려면 출연자들부터 봐야 해요. 프로필부터가 정말… 만화에서나 볼 법한 캐릭터들의 총집합입니다.
- 얀보: 자신을 “인텔리 야쿠자” 출신 래퍼라고 소개하죠. 소년원, 조직 경험을 아무렇지 않게 얘기해서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이에요.
- 텐텐: 누가 봐도 호스트 클럽 에이스. 화려한 외모와 사람 홀리는 특유의 말솜씨로 매 회 화제를 몰고 다닙니다.
- 베이비(유리아): 보육원 출신에 전신 문신을 한 페인트공. 강한 서사 때문에 한국 커뮤니티에서 인기가 정말 많더라고요.
- 키짱(키레이): 프로그램 내 ‘인기녀’ 포지션. 여러 남성과 러브라인이 얽히면서 갈등의 중심축 역할을 톡톡히 합니다.
이 외에도 폭주족 리더, 격투기 선수, 캬바쿠라 종업원 등등… 다들 자기소개부터 과거 이력을 하나의 ‘무기’처럼 꺼내 들어요. 이건 단순히 자신을 소개하는 게 아니라, “내가 이 구역에서 이 정도로 센 사람이다”라고 선포하는 과정처럼 보였어요. 사랑을 찾기 위한 매력 어필이 아니라, 서열을 정하고 관계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힘겨루기에 가까웠달까요. 그러니 설렘보다는 긴장감이 먼저 느껴질 수밖에요.
선 넘는 질투와 소유욕, ‘사랑’이라는 이름의 폭력성
‘불량연애’에는 폭력 금지, 기물 파손 금지, 협박 금지 같은 엄격한 ‘교칙’이 존재하고, 어기면 바로 ‘퇴학’이에요. 실제로 핵심 출연자였던 얀보가 중도 퇴학당하는 사건도 있었죠. 이런 규칙 덕분에 물리적인 폭력은 없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감정적인 폭력성은 정말 아슬아슬합니다.
마음에 드는 상대가 다른 사람과 조금만 오래 대화해도 바로 표정이 굳고, 대화에 끼어들어 방해하는 건 기본이에요. “너는 내 것”이라는 식의 노골적인 소유욕을 숨기지 않죠. 이 모습을 보면서 문득 ‘사랑과 소유욕은 대체 뭐가 다른 걸까?’ 하는 근본적인 질문까지 하게 되더라고요. 상대를 온전히 소유하고 지배하려는 욕망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될 때 얼마나 위험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아서 솔직히 좀 무섭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제작진은 이 아슬아슬한 경계선을 타는 인간의 본능을 보여주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네요.
범죄 미화 논란, 그런데 왜 우리는 열광할까?
당연히 이런 파격적인 설정 때문에 논란이 없을 수가 없죠. “아무리 그래도 전직 조폭까지 예능에 데려오는 건 범죄 미화 아니냐”, “폭력적인 과거를 무용담처럼 떠드는 걸 봐야 하냐”는 비판이 정말 많아요. 저 역시 프로그램을 보면서 몇몇 장면에서는 눈살이 찌푸려지고 불편한 감정이 들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욕하면서도 다음 화를 누르고 있는 저를 발견하게 되더라고요. ㅋㅋ 아마 기존의 연애 예능들이 보여주던 착하고 예쁜 모습, 정제된 감정 표현에 질려 있던 사람들이 이들의 필터링 없는 날것의 감정 표현에서 오히려 기묘한 ‘진솔함’을 느꼈기 때문 아닐까 싶어요. “욕하면서 보는 막장 드라마 같다”는 평가가 괜히 나온 게 아니죠. 재미는 있는데 어딘가 찜찜하고, 찜찜한데 다음 전개가 미치도록 궁금한 이 아이러니. 이것이 바로 ‘불량연애’가 일본보다 한국에서 먼저 신드롬을 일으킨 진짜 이유가 아닐까요?
결론적으로 ‘불량연애’는 사랑을 찾아가는 여정을 표방하지만, 그 과정에서 서열, 질투, 소유욕, 과시욕 같은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욕망들을 적나라하게 까발리는 쇼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처음에 느꼈던 ‘사랑이 아니라 욕망의 민낯’이라는 감상이 아주 틀리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여러분은 이 프로그램을 어떻게 보셨나요? 단순한 B급 감성의 자극적인 예능일까요, 아니면 상처받은 영혼들의 서툰 사랑 이야기일까요? 정답은 없겠지만, 한번쯤 생각해볼 만한 화두를 던지는 프로그램인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